가지안텝

글: 김수미 목사, LA United Church (LA 연합교회)

이번 터키 아웃리치는 나에게는 꽤나 즉흥적인 것이었다. 사실 터키에 대해서는 지식도 관심도 없었고, 이슬람권 선교는 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몇 주 전에 우리 교회를 방문하셨던 이재진 목사님이 터키 가운데 일어나고 있는 난민들을 통한 이슬람권 선교에 대해서 나눠 주셨을 때, 마음에 부딪힘이 있었다.

그 가운데 특히, 지금이 이슬람권 선교에 있어서는 하나님의 황금의 시간이라고 하는 말씀이 계속 뇌리에 맴돌았다. 하나님의 황금의 시간이라면 그 시간, 그 자리에 우리 교회가 있어야 할 것 같은 급박함이 들었고, 목사인 내가 먼저 방문해 보고 싶은 마음에 급하게 결정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SWM선교회를 알게 되었고, 이번 아웃리치에 대해 자세한 설명들을 들으며 귀한 선교단체를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함께 떠나게 되었다.

전체 8팀 중, 우리 가지안텝 팀은 미국, 한국, 캐나다에서 온 8명의 연합 팀이었는데, 주요 사역은 안순자 선교사님께서 사역하시던 교회 및 시리아 난민 어린이 학교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안 선교사님은 15년 이상 가지안텝에서 사역하시던 베테랑 선교사님이신데 얼마 전 남편 선교사님께서 터키 정부로부터 추방을 당하셔서 지금은 요르단 암만에서 아랍어를 배우며 다음 사역을 준비하고 계시는 상태였다. 이번에 안 선교사님만 들어오셔서 우리 팀을 인도하시게 되었다.

먼저 안 선교사님께서 운영하시던 두 개의 난민 어린이 학교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열악한 환경의 학교에서 약 120명의 어린이들이 공부하고 있었다. 시리아 내전의 혼돈 속에서 삶의 터전과 사랑하는 가족들을 눈 앞에서 잃은 아이들이었다. 대부분 피부병들을 앓고 있었고, 가족들의 생계를 돕기 위한 호두까기로 아이들의 손이 많이 거칠어져 있었다.

우리(외국인)의 방문으로 혹시 터키 행정기관에 알려져 학교가 폐쇄되는 등의 불이익을 당할까 불안해 하는 선생님들과 웃음기 없는 아이들을 만나며 처음에는 마음이 많이 어려웠다. 하지만 준비해 간 크래프트 시간과 그림 그리기 등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이 점차 마음을 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경계심이 심했던 한 교사의 집을 방문하여 그들의 피난 과정과 헤어진 가족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서로 부둥켜 안고 울며 기도하는 과정 중에 복음을 나눌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다음 날 어린이들과 함께 과학관을 방문하고, 아름다운 공원에서 즐거운 소풍 시간을 가졌는데 하루 사이에 마음이 활짝 열려 있었다. 변변한 놀이 기구도 없었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통했는지 아이들과 선생님, 우리 팀원 모두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모두 한 명 한 명 예수 이름으로 하나님께 그들의 구원을 올려드리며 축복해 주었다. 난민 학교들은 여러 가지 필요한 것이 많았지만 그 중에도 가장 절실하고 시급한 것은 아랍어를 할 수 있는 크리스천 교사 양육이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학교 사역은 너무나 좋은 복음 전파의 도구인데 아직 제대로 믿음 위에 세워진 아랍어 구사 가능한 교사가 없다 보니, 단순한 구제 사역에 그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 외에도 안선교사님께서 섬기셨던 교회를 방문하여 함께 기도 모임과 예배를 드렸다. 오랫동안 열정적으로 사역하시던 교회였지만 갑작스레 추방 되는 바람에 경황없이 떠나셔서 남아 있는 교회가 많이 힘들어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애들만 두고 갑자기 집을 떠나야만 했던 부모와 같은 선교사님의 안타깝고 애타는 마음을 함께 느끼며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사역자들이 굳건히 세워지기를 기도하였다. 특히 안선교사님을 위로하며 축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선교사님께는 반드시 필요했던,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시간이었다.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와 마지막 주일에는 뷰육아다 섬 전도에 참가하게 되었다. 대부분 미신적 기복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들어 누구에게나 기도 받기를 원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영혼의 갈급함이 느껴졌다. 간단하게라도 복음을 전하고 예수님를 믿겠느냐고 권했을 때 많은 자들이 예수님을 영접하였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했을 때, 병이 낫고, 눈물을 흘리며 감사해 하고 기뻐하는 모습들을 보며, 머잖아 터키와 주변 나라의 무슬림들이 예수님으로 회복 될 날을 기대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비록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참가한 아웃리치였지만 하나님께서 지금 터키에서 행하고 계시는 놀라운 일들을 보고 들으며 많은 기도의 제목들을 가지고 돌아왔다. 오랫동안 터키를 위해 기도하며 그 곳 선교사님들의 연합과 사역을 도와왔던 SWM선교회가 다시금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발맞추어 아랍권 난민 교회 개척 사역을 지원하고, 사역자들을 훈련하고, 양육하는 일에 힘을 쓰고 있음을 보면서, 이들의 수고가 이제 곧 아름다운 열매들로 맺혀 하나님께 드리는 아름다운 예물이 될 날을 기대해 본다.

우리 교회 역시도 이러한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해야 할 일들을 깨달아 순종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