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도훅팀
이라크 예지디족, 한 난민촌의 이야기
글: 윤순희 집사(베델한인교회)
12명이 한 팀이 되어 우리는 이라크 도훅에 있는 한 작은 난민촌에 도착했다. 그곳에 정착해 살고있는 70여명의 난민은 사돈 집안이 모인 한 가족이었다. 한 집안의 최고령 할머니는 아들 7명과 장성한 손주들이 모두 IS에 끌려간 이후 웃음을 잃었다. 또 그곳에 있는 여성들은 아들, 아버지, 오빠 그리고 남동생들을 잃은 채 9개월간 IS에 의해 유린당하다가 누군가의 도움으로 겨우 탈출한 상태였기에 모두 우울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난민촌을 찾아갔던 첫날, 여성들이 하나 둘씩 한 텐트 안으로 모여들었다. 그 중 몇 명의 여자는 계속 울고 있었다. 작은 일거리라도 있으면 우울한 마음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준비해간 커피방향제를 함께 만들었다. 다행히 그녀들은 울음을 그치고 바느질을 하며 서로 묻고 떠들며 웃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다시금 정적이 감돌았다. 그녀들은 가족 멤버가 어디론가 끌려가 생사도 모르는데 그들을 잠시 잊고 떠들며 웃은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들 가족의 아픔과 상처를 우리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도저히 그들의 아픔을 가늠조차 할 수 없었기에 우리는 그곳에 머무는 동안 주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을 위로하고 치유하실 이는 오직 하나님 한 분이심을 다시 한 번 처절하게 느꼈다.
IS에 의해 유린 당한 엄마가 어린 딸마저 끌려가는 것을 보고 자살을 시도했던 이야기, 강제 결혼과 개종의 강요를 거절하고 팔려가기 전날 극적으로 탈출한 어린 소녀들의 이야기,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눈이 가려지고 손이 뒤로 묶인 채 끌려가던 20명의 성인 남자들의 이야기, 아프거나 다쳐도 끌려간 아들들이 돌아오기 전에는 절대 치료받지 않겠다고 외치던 할머니 이야기, 의욕 상실로 자신의 아이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어머니들의 이야기... 이 모든 사연이 난민촌에서 만난 한 가족의 이야기다.
화장기없는 얼굴에 무채색 옷만 입고 소망 없이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린다. 주님의 구원이 그들에게 속히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