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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적이 일어났어요!

글: 정귀희 집사(베델한인교회)

2016년 갑바도기아 연합기도회에 이어 두번째 터키 방문 또한 기적적으로 갈 수 있었다. 특히 믿지 않는 남편으로부터 아웃리치 참석 허락을 받아야했기에 개인적으로 기도하며 또 팀원들에게 기도 부탁도 하고 최선을 다해 어설픈 애교도 부려 보았지만 최종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듣고 완전히 포기했었더랬다. 그런데 그로부터 2주 정도 지난 어느 날 새벽, 깊이 잠든 나를 흔들어 깨우며 남편이 물었다. 그렇게 가고 싶냐고…

할렐루야!!! 처음은 감사였다. 남편을 흔들어 그 마음을 바꾸게 하신 하나님께 들뜬 감사를 올려 드렸다. 그러나 그 다음엔 두려움이었다. 내게 이 같이 큰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의 의도(?)가 뭐지? 과연 나는 이 같은 은혜를 받을 만한 자인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이지??? 나는 순식간에 거의 본능적이다 싶게 날을 세우며, 나를 중심으로 이것 저것 계산기를 두들겨 보다가 제 정신을 차렸다. 하나님의 은혜로….

이 지긋지긋한 습성,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교묘하게 내게 초점 맞추는… 그래서 주인되신 하나님 자리에 '나'를 세우는 죄의 습성, 그 은혜의 순간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나는 정말 구제불능인 죄인 맞다. 예수 십자가의 보혈 외는 답이 없는…. 그렇게 시작된 터키 단기 선교는, 시작 시점부터 지금 간증문을 쓰고 있는 이 순간까지도 은혜로 나를 적시고 있다. 때로는 격하게 때로는 잔잔하게, 그리고 또 때로는 가슴 저미는 아픔과 감사로….

정말 얼떨결에 가서 천국을 맛보았던 작년 갑바도기아 연합기도회와는 달리, 이번 선교는 현지인들과 직접적인 교류가 있어질텐데.... 영어도 터키어도 안되는 내가 과연 어찌해야 합니까’ 라는 염려 섞인 기도에, 하나님께선 사람의 말, 사람의 언어로, 내가 다가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어, 사랑의 말로 하나님께서 다가 가시도록 나를 내어 드리어야 함을 알게 하셨다. 또한 생각에 앞서 몸을 먼저 내던지는 나의 미련스런 습관은, 보내 주신 은혜를 즐기기보다 실천적 무엇을 궁리하게 했다. 이에 하나님께선, 내가 거기 가서 무언가를 하기보다 그 땅에 이미 승리를 이루신 우리 하나님의 행하심을 기뻐하고 놀라고 즐거워하라는 것이었으며, 다른 이들과 그 감격을 나눌 수 있도록 보고 또 보아, 눈과 가슴에 담으라는 것이었고, 이미 예정된 승리에 동참할 하나님의 눈물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이렇게 출발 전부터 콩닥거리는 은혜를 주셨는데, 이것은 그냥 시작일 뿐이었다.

난민의 집에 가 난민들을 만나며 그들의 공허를 담은 눈빛과 마주하고, 사람을 제어하는 그들의 공포를 느낄 때만 해도 안타까운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위협을 느끼자 신앙을 지키려 터키로 도망쳐 나온 이란 남자, 그런 남편을 따라 영문도 모르고 따라 나선 터키 땅에서 예수를 만나 그 분의 섭리에 감사를 올리는 이란 여인, 진리에 갈증을 느끼며 찾아 헤맬 때 음성으로 찾아와 만나 주심을 감격해 하는 터키 교회 장로님, 학교 전체를 통틀어 유일한 크리스찬이면서도 당당하게 이슬람 종교수업을 거부하는 13살의 소녀, 꿈에 찾아 와 자신을 자녀 삼아 주신 예수께 감격하는 아비, 말씀이신 예수를 만나 마약을 끊고 스스럼 없이 예수를 선포하다가 집에서 쫓겨난 터키 청년, 말도 통하지 않는 이가 전해 주는 하나님의 사랑에 눈물로 반응하는 히잡 쓴 여인, 이렇게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는 숱한 주의 자녀들이 그 땅의 꽃이 되어 피어 나는 것을 보았을 때, 이 어두운 땅을 향한 하나님의 눈길과 사랑은 결단코 멈춘 적이 없었음을 알게 하셨다. 세상은 그 땅을 외면하여도 그 분은, 그 땅을 쉬지 않고 돌보셨으며, 그 뜻에 순종한 이들을 불러 함께 돌보시며 일하고 계셨음을 보게 하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일에 나 같이 무익한 종을 불러 참여케 하셨음을 깨달았을 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4월 23일, 뷰육아다 섬! 지혜이시고 자비로우신 우리 하나님의 또 하나의 계획! 나는 종종 우리 아바 아버지의 이런 섬세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볼 때마다 너무 신이 나, 그 분과 함께 할 영생의 시간들에 대한 기대치가 급상승함을 느낀다. 얼마나 멋지고 재미있는 분이실까????

터키의 어린이 날인 4월 23일, 조용한 뷰육아다 섬은 낯선 사람들로 혼잡하다. 18세기, 그 섬 꼭대기에 있는 그리스 정교회 소속 한 신부님이 그 교회를 찾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줬을 때, 병이 치유되는 등 많은 기도가 응답되어졌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4월 23일 그 곳에 와서 기도하면 그들의 기도가 이뤄진다고 믿어 적게는 3만에서 많게는 6만에 이르는 사람들이 부육아다 섬을 찾는다고 한다. 한 마디로 우리 하늘 아버지의 가두리 양식장 같은 곳이다.ㅎㅎ

그들은 손에 작은 실타래를 들고 산 아래서부터 꼭대기까지 자신들의 실을 풀어 내리며 섬을 올라간다. 그 실이 끊어지지 않으면 자신들의 기도가 응답된다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정상에 자리잡은 교회에 들어가 가슴에 품은 기도를 간절히 한다. 돌아오지 못할 기도인 줄도 모르고 온 맘 다해.... 소망담은 눈빛으로 손에서 한 타래씩 실을 풀어 내는 그들의 걸음을 보며, 하나님을 알지 못하여 허탄한 것에 소망두는 그들이 얼마나 가슴 후비게 아팠던지, 그리고 기도를 마치고 내려 오면서, 중간중간 그들을 기다리며 서 있는 우리에게, 머리를 들이 밀며 기도를 부탁하는 그들을 안았을 때, 그들 속의 뻥 뚫린 공허가 내게로 밀려 와 얼마나 저리고 막막했던지, 그들의 구멍 뚫린 자리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으로 채워질 수 있는데, 그 외는 어떠한 답도 없는데....

출발 전에 하나님이 주신 마음처럼 나는 그냥 울 수 밖에 없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그들을 안고 소망이신 하나님을 찾을 수 밖에 없었고, 하나님을 알지 못해 가지는 그들의 눈물과 공허, 공포와 불안, 그것이 진리이신 예수 안에서 자유로와지게 되기를, 빛되신 생명되신 예수 안에서 사랑받고 부름받은 하나님의 귀한 백성임을 알고 믿게 되기를 목놓아 부르짖을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예전의 나처럼 참 불쌍한 이들이었고 또한 지금의 나처럼 참 사랑스런 하나님의 창조물임을 알게 하셨다. 그 귀한 은혜의 자리에 불러 주셔서 그냥 서 있기만 하였는데, 주께서 사랑하시는 분들을 그 자리에 불러 축복하며 기도하게 하시고 그들에게 새소망이 되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보게 하시다니.... 나 아닌 다른 이를 통해서 하실 수도 있는 일에, 모자라고 연약한 나를 불러 거기에 서 있게 하신 그 하나님을 향한 무한한 감사가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이스탄불로 돌아와 사역보고의 시간을 갖는데, 이곳 저곳에서 하나님께서 행하신 놀라운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는 미처 보지 못했던 하나님의 기적의 역사들- 성경에서와 같이 병든 자가 고침을 받고, 귀신이 떠나 가며, 복음을 듣고 그 자리에서 주를 영접하는 등-을 경험한 다른 팀들이 참으로 부러웠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으며 소망갖게 하시는 하나님의 크심과 사랑이 참으로 감사했다. 그렇게 우리가 암울하다고 여기는 그 땅에도 소망의 꽃은 피고 있었던 것이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하나님은 위대하십니다!!!

끝으로, 그 곳에서 만난 한 터키 형제의 간절한 소망을 나누며 나, 그리고 우리를 한 번 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는 말했다. 사랑하는 하나님을 목청껏 부르고, 소리쳐 찬양하며 그 분을 예배하고 싶다고…. 우리는 참 '안전지대'에 산다. 아니 안전지대라고 여겨지는 곳에 산다. 하지만 돌이켜 보라. 정말 안전지대인가? 무엇의, 무엇을 위한, 무엇에 의한 안전지대인가?

나는 이번 터키 단기 선교에서, 우리의 악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드신 하나님의 서두름을 보았다. 그것은 터키 땅의 선교 연합으로 나타났고, 나 같은 자까지 불러 기도하게 하셨으며, 텅 빈 가슴 안고 진리를 갈망하는 이들을 소설같은 방법으로 부르시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주님의 때를 당기시는, 오래 참으신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의 서두름이었다. 예수, 그 '권능의 팔'을 들어 '수치의 십자가'에 달리신 그 사랑이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연약한 나를 먼저 구원하심이 먼저 입은 은혜로, 먼저 구원받은 미안함으로 그들을 품고 기도하라시는 부르심임을 깨달았다.

더 이상 부끄러운 신앙생활 않겠다. 낯선 이방 땅에서 살아 가야하는 난민들, 낯선 미국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 나 같은 이민자들, 그러나 돌이켜보면 주 하나님의 백성된 우리 모두는 낯선 세상 나라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이방인들이 아닌가? 세상과 섞이지 말고, 당당하게 주의 자녀임을 선포하며, 주의 자녀답게, 주의 마음을 품고, 주를 따라 살아가야 하리라.

주여! 주의 나라와 의를 위해 통곡할 수 있는 하나님의 영을 부어 주소서!